
[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트랙 주행은 일반적인 도로 주행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평균 주행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은 기본, 운전자와 자동차에 가해지는 부담 또한 일반도로보다 트랙을 달릴 때가 훨씬 크다. 때문에 별다른 연습 없이 트랙을 달릴 경우,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큰 사고를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트랙을 제대로 달리고자 하는 많은 운전 마니아들이 시간을 내 연습을 한다. 하지만 트랙 주행에는 여러 부담이 뒤따른다. 트랙까지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루 종일 트랙을 달리고 난 뒤, 차량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마니아들이 트랙 주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연습용 스포츠카’를 구매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국내에서는 구동 방식에 따라 여러 스포츠카가 존재한다.
예컨대 FF(프런트 엔진 - 전륜 구동) 방식 스포츠카로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N이 있다. 정통 스포츠카에 널리 쓰이는 MR(미드십 엔진 - 후륜구동) 스포츠카 중에서는 로터스 에미라(Emira)가 유일한 선택지다. FR(프런트 엔진 - 후륜구동) 스포츠카로는 토요타 GR86이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각각의 스포츠카가 어떤 매력으로 트랙 마니아들의 선택을 받고, 트랙 연습용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가성비 스포츠카, 아반떼 N= 아반떼 N은 국산 스포츠카 시대를 활짝 열어 젖힌 모델이다. 그 전에도 스포츠카를 표방한 여러 국산차가 있었지만 트랙 주행을 소화할 정도의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아반떼 N은 출시 당시부터 일상과 트랙을 아우를 수 있는 사양을 고루 갖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엔진부터 주목할 만하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통해 280마력의 최고출력, 40.0kg·m의 최대토크를 6단 수동변속기 또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로 전달한다. 이 같은 FF 구성은 통상적으로 트랙 주행에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빠른 속도로 코너 진입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고, 급가속 상황에서 하중이 뒷바퀴로 실리는 이점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반떼 N이 트랙용 자동차로서 선택을 받는 결정적 비결은 언더스티어는 최소화하고 재미는 키우는 탄탄한 섀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 아반떼에 비해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강성을 높이는 한편, 전용 부품을 추가해 응답성과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트랙 주행 시 가장 많은 부하가 전해지는 브레이크 역시 디스크의 직경을 키우고 고성능 패드를 더하는 등 보강을 마쳤다.
다른 기능도 눈에 띈다. 예컨대 전자식 LSD를 통해 전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높이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하중 이동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레브 매칭, 런치 컨트롤, 엔진 부스트 등 여러 기능을 더해 운전 재미까지 배가시켰다. 이 같은 알찬 구성에도 3,000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반떼 N은 가성비가 뛰어난 트랙용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로터스 헤리티지를 이어 나가는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 일반적으로 트랙 주행에 적합한 스포츠카 방식으로 미드십 스포츠카가 거론된다. 자동차에서 가장 무거운 엔진이 차체 한가운데, 그것도 낮게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드십 스포츠카는 수억 원이 넘는 가격표를 갖는다. 트랙 주행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지만 트랙 주행으로 인한 유지 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트랙을 달리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로터스 에미라는 마른 하늘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가격이 1억 5,000만 원대여서 다른 미드십 스포츠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하지만 가격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에미라는 그 자체만으로 트랙을 즐기기 충분한 정통 스포츠카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에미라는 4.4m대 짧은 차체와 1,400kg대 가벼운 공차중량으로 제원을 구성한다. 차체 정중앙에 놓인 엔진은 두 가지다. 에미라 V6에는 V6 3.5L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405마력, 최대토크는 42.9kg·m에 달한다. 또 다른 모델인 에미라 2L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통해 최고출력 364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만만치 않은 성능을 과시한다.


무엇보다 에미라 V6는 스포츠카 시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6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다는 점에서 ‘짜릿한 손맛’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옵션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참고로 에미라 2L의 변속기는 직결감이 뛰어나고 민첩해 트랙 주행에 적합한 8단 듀얼클러치 방식이다.
두 에미라에 공통 적용되는 섀시에는 로터스의 경량 스포츠카 제작 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에미라는 주문 단계에서 일상에 적합한 투어 외에 트랙 주행에 적합한 스포츠 설정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게 이채롭다. 로터스 드라이버스 팩 옵션을 통해 선택 가능한 스포츠 설정에는 견고한 서스펜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 2 타이어 등이 따라온다.

박서 엔진과 FR 구동계를 조합한 스포츠카, GR86= FR 구동계를 사용하는 스포츠카는 FF 방식은 트랙 주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고 미드십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다만, FR 스포츠카는 강력한 엔진 힘이 오롯이 뒷바퀴로 전달되는 탓에 트랙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스포츠카가 바로 토요타 GR86이다.
토요타 GR86은 제원만 볼 때 다소 평범하다. 2.4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25.5kg·m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부 제원을 보면 GR86의 비범함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엔진 형식이 독특하다. 4개의 실린더가 좌우 2개씩 수평으로 배치되는 수평대향 엔진을 사용한다. 덕분에 무게 중심이 극단적으로 낮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엔진 회전수도7,000rpm에 달해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GR86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보기 드문 수동변속기 스포츠카다. 아반떼 N과 로터스 에미라 역시 6단 수동변속기를 제공하지만, GR86의 경우 자동변속기 옵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GR86은 순수 스포츠카 마니아들을 위한 자동차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높지 않은 출력을 6단 수동변속기로 제어하며 트랙을 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트랙 초보자들이 운전 실력을 쌓는 용도로 적합하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