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베일에 가린 기아 EV9 디자인이 15일 전격 공개됐다. 기자가 EV9을 직접 본것은 이보다 한달정도 앞선 지난달 17일이었다. 기아는 글로벌 런칭에 앞서 국내 기자들에게 먼저 디자인을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세계 자동차기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의 대상이 바로 전기차이다. 때문에 기아 역시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면서 국내 기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것.
EV9 디자인 오픈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기자의 생명인 노트북과 핸드폰은 물론 필기 도구까지 지참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달 15일 엠바고를 정확히 지켜달리는 당부까지 하면서 눈과 머리로만 기억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기아가 EV9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사뭇 느낄수 있었다. 글로벌시장에서 빅히트를 친 EV6에 이은 또하나의 역작을 공개하는 자리인만큼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아측의 설명이다.
디자인 발표장소에는 위장막으로 덮어둔 2대의 차량들이 전시됐다. 주인공은 콘셉트카 1대와 실내외 디자인에 변화를 둔 1대의 차량이다. 위장옷을 한풀 벗겨낸 EV9의 포스는 가히 압권이었다. EV9을 보는 순간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정도이다.
웅장하면서 고급스러운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EV9는 전기차 디자인의 새로운 이정표를 각인시키는 역작임이 분명했다. 국내 첫 대형 SUV 전기차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큰 차체에서 뿜어내는 포스와 어우러진 주간 주행등과 후미 등 그리고 헤드라이트는 마치 상상속의 펼쳐진 자동차 모습과 흡사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우주와 결합된 미래에서 온 자동차 느낌이 들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카림 하비브(부사장) 기아 디자인센터장은 이날 "기아 디자인 철학을 ‘오포짓트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로 정의하고,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 맞춘 독창적인 아름다운 디자인을 EV9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방향성 중 자연의 완벽함과 현대적인 감각의 공존을 추구하는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Bold for Nature)을 내외장 디자인에 반영했으며, 특히 실내는 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Life)을 기반으로 다양한 조형과 사양을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카림 부사장이 EV9에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는 직선을 활용한 직각형 디자인이다. 어센틱하며 박시한 SUV 느낌을 살리는데 직선을 사용했다는 것. 차량 곳곳에는 직각형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다각형 펜더는 물론 전측면과 후면에 스며든 직선의 조화가 멋스럽고 우아해 보인다.
그는 "EV6가 다이나믹, 남성적, 스포티함이 강조가 되었다면 EV9은 훨씬 더 명쾌하고 어센틱하고 박시한 SUV 느낌에 집중했고 이를 위해 고유의 직각형 디자인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EV9은 헤드라이트도 직각형 헤드라이트를 사용하고, 디지털 애니메이션 램프를 적용했다.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다양한 조명이 어우러져 완성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EV9이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아 전동화 모델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내연기관의 그릴을 대체하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은 비점등 시 차체와 동일한 색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고,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 작동 시 그릴 위로 여러 개의 조명이 다양한 패턴으로 운전자를 반겨 첨단 전동화 느낌을 더한다.
그릴 양 옆에는 여러 개의 작은 정육면체로 구성된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맵 LED DRL(주간주행등)이 조화를 이룬다.
펜더와 휠 아치 그리고 캐릭터 라인은 직선을 기술적으로 배치해 다각형을 형성, 부드러운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 면과의 대비를 통해 단단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3열까지 이어지는 낮은 벨트라인과 긴 휠 베이스는 EV9이 다른 전기차에서 볼 수 없던 탁 트인 개방감과 우수한 거주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차량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측면부는 정통 SUV를 지향하는 차체 비율과 곧게 선 자세로 대형 SUV의 웅장함을 전달한다.
김택균 상무(기아넥스트디자인담당)는 "첫번째 작업은 대담하고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박시한 SUV를 표현하기 위해 옆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각 코너가 굉장히 강하게 테크니컬하게 꺾여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볼륨감으로 처리가 되어 있어 단단한 SUV의 느낌과 동시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후면은 넓고 곧게 뻗은 매끈한 라인이 눈에 띈다. 고유의 다각형 디자인과 스타맵 주간 주행등을 넣었다. 후면, 전면에 둘 다 배치가 되어 있고요, 아주 얇고 매끄러운 라인으로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굉장히 얇은 선들이 연결되어서 반짝거리는 느낌을 구현했다.
또 히든 타입 와이퍼와 부드러운 차체면으로 처리한 깔끔한 테일 게이트가 각진 숄더 라인에서 연결되는 강한 엣지와 함께 자신감 있고 역동적인 자세를 완성한다.
김상무는 "전기차의 장점인 공간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디자인을 위해 윈드실드에서부터 사이드 글라스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C필러 바로 앞에 있는 쿼터 글라스도 사이즈가 굉장히 크게 적용됐다"면서 "벨트라인도 기존의 SUV 디자인을 할 때보다 다소 낮게 세팅이 되어 있어서 밖에서 보았을 때도 시각적으로 강조가 되지만, 고객이 안에 앉았을 때도 굉장히 시원하게 트여 있는 오픈 뷰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의 속성을 극대화해 디자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아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타이거 페이스를 위해 더블 캡이라고 부르는 어퍼 캡, 로우 캡과 함께 메탈 가니쉬 등 그래픽적인 요소를 통해 이를 완성했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이 수직 형태의 헤드램프 그래픽과 하나로 통합돼 연결성 있고 심플하고 모던하게 표현하는 등 시그니처 라이팅 컨셉인 스타맵 컨셉이 적용된 헤드램프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다른 디자인 요소들과 하나로 조화시켜 타이거 페이스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실내 역시 완성미가 돋보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적용해 공간활용성을 극대화 한것이 특징이다. 우선 플랫 플로어를 사용 바닥이 평편하고 휠 베이스가 길어 뛰어난 공간감이 돋보인다. 또한 훨씬 더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센터콘솔, 도어 등 여러가지 측면들을 눈에 띄지 않고 돌출되지 않도록 매끄럽게 처리했다.
대시보드도 HMI 신세대가 들어가 있어 두개의 스크린 중간에 하나의 스크린이 더 있고 전체적으로 개방감 있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니멈하면서도 와이드한 감성을 강조했다. EV9에 각각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한데 묶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적용했다.
EV9은 세 개의 디스플레이가 매끄럽게 연결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탑승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차량 조작 버튼을 최적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내장 디자인을 담당한 이민영 팀장은 "전반적으로 원형의 조형을 바탕으로 새로운 HMI 컨셉을 적용했다. 대시보드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보시면 12.3인치 콤보 디스플레이와 중간에 5인치짜리 공조 디스플레이가 연결되어 있다"며 "기존에 물리적으로 구현됐던 많은 요소들을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그리고 심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대부분 정리했다. E-GMP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사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또한 자연에서 영감 받은 타원형의 조형을 크래시패드와 도어 패널, 센터 콘솔에 적용해 통일감을 부여했으며, 사용성을 고려해 차량의 조작부를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타원형의 조형은 시각적으로 중심부가 비어 있어 개방감을 연출하면서도 가장자리는 단단한 느낌의 소재를 적용해 조화로운 대비를 통한 고급감을 연출했다.
디스플레이 하단 가니쉬에 적용한 히든 타입 터치 버튼은 터치 시 햅틱(진동) 반응으로 고급스러운 조작감을 선사하고, 운전 중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미디어 전원/음량 및 공조 온도/풍량 기능은 센터 페시아에 물리 버튼으로 적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이민영 팀장은 "중앙부 콘솔의 경우는 독립형 콘솔 타입을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E-GMP 플랫폼의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존에 굉장히 많은 기능들이 콘솔과 센터페시아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간결한 요소들을 많이 적용했다"면서 "기존에 많은 물리 버튼이 있던 부분을 도어와 그리고 센터 대시보드에 옮기면서 최대한 사용성을 강조했다. 콘솔 부위 내에서는 기본적으로 터치 버튼을 기본으로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물리 버튼을 남겨둬서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EV9에는 기아 최초로 시동 버튼이 통합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SBW, Shift by wire)가 적용돼 시동, 주행, 주차 등 순차적인 차량 이용 과정에서 고객의 직관적이고 간결한 조작을 돕는다.
센터 콘솔은 최소화한 버튼 배치로 깔끔한 인상을 주고 하단부 수납함을 적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으며, 2열 승객을 위한 컵 홀더와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는 서랍형 트레이 등 다양한 수납공간이 적용됐다.
2열은 벤치 시트와 독립형 시트를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시트 구성이 가능하다. 특히 독립형 시트는 1열과 2열을 휴식 자세로 변형해 탑승객의 편안한 휴식을 돕는 릴랙션 시트 또는 3열을 향해 내측 180도, 측면 도어를 향해 외측 90도 회전해 실내 공간을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스위블 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민영 팀장은 "아래 부분에 대형 수납함이 있고 상단에 여러 수납공간, 무선 충전 기능도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고요. 2열에는 독립형 시트가 적용돼 E-GMP 플랫폼을 활용해 스위블 시트와 같은 다양한 옵션들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며 "헤드레스트도 공간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슬림하고 간결하게 표현해 뒷좌석에 앉았을 때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후석에서 보면 굉장히 넓은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다양한 수납공간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EV6에 이어 또하나의 역작인 EV9을 만들어낸 기아. 왜그렇게 철통같은 보안이 필요했는지 EV9 디자인을 보고나서 이해가 됐다.
"최근에 굉장히 많은 글로벌 트렌드들이 한국 문화로부터 나오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한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혁신적으로, 저희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전 세계로 내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저희 디자인 과정에도 적용을 시키려 했다. 기아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 무브먼트가 되고자한다. 그리고 특징적인 지속성이 있는 디자인을 기아차에 녹여내고자 한다"
카림 하비브가 디자인 프리뷰 행사에서 밝힌 말이다. 한국산 전기차의 미래는 밝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어내는 기아를 응원한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