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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전기차기준… '가속'에서 '리듬'으로 이동

브랜드별 해석으로 드러난 전동화 퍼포먼스의 새로운 방향성


[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되며, ‘가속력 몇 초’ 중심의 성능 경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전동화 퍼포먼스의 핵심은 실제 주행에서 체감되는 코너링과 리듬을 통제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는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구조적으로 핸들링에 불리해, 이를 해결하는 차체 밸런스·서스펜션·제동 제어 기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결국 고성능 전기차의 가치는 단순한 직선 가속보다 브랜드의 엔지니어링 철학과 제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의해 결정된다. 


로터스, '코너의 언어'를 전기 시대에 재정의하다= 로터스는 창립 철학인 ’가볍게 만들되 단순하게 만들라(Keep it light, keep it simple)’를 전기차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하이퍼 GT 에메야와 하이퍼 SUV 엘레트라는 모두 100kWh 이상급 대형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낮은 무게중심(250㎜ 이하)과 클래스 최고 수준의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로터스는 배터리를 차체 바닥 깊숙이 매립하고 모터·인버터를 차체 중앙과 후방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EV 특유의 ‘앞부분 무거움’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로터스 EV는 일반 전기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둔탁한 코너 진입 동작 대신, 경량 내연기관 스포츠카에 가까운 초기 응답성을 보여준다. 

또한 전동식 스티어링의 과도한 감쇄를 지양하고, 타이어 접지 정보와 조타각 변화를 최대한 보존하는 세팅을 유지해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 이러한 조율은 ‘코너에서 스스로 꺾이는 듯한’ 로터스 특유의 반응성을 EV에서도 구현하게 한다. 


페라리 전동화 전략, 역사적인 첫 EV 준비= 페라리는 2025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 페라리 일레트리카에 적용될 양산형 섀시와 핵심 부품을 공개하며, 내연·하이브리드·EV를 아우르는 멀티 에너지 전략의 이정표를 세웠다. 

새 모델은 60건이 넘는 자체 특허 기술과 75% 재활용 알루미늄 섀시, 차량당 6.7톤의 CO₂ 절감 효과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고성능을 동시에 지향한다. 배터리는 섀시와 완전히 통합된 구조로 차량 중심부와 하부에 배치되어 동급 내연기관 모델 대비 80㎜ 낮은 무게 중심과 47:53의 이상적인 전후 중량 배분을 구현한다. 

전후 전기 액슬에는 페라리가 자체 개발한 고출력·고효율 전기모터와 인버터가 탑재되며, 리어 액슬 기준 620㎾, 93% 효율, 최대 8,000Nm 휠 토크와 같은 수치로 토크 벡터링을 수행해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낸다. 약 195Wh/kg 수준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닌 배터리와 통합 냉각 시스템, 경량 서브프레임은 충돌 안전성과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3세대 48V 액티브 서스펜션과 섀시에 통합된 액티브 제어 시스템은 네 바퀴의 수직 하중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승차감과 핸들링, 차체 제어를 모두 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레인지·투어·퍼포먼스’ 세 가지 e마네티노 모드와 토크 시프트 인게이지먼트, 초당 200회 차량 동역학을 연산하는 제어 유닛은 단계적인 가속감, 효율, 후륜·사륜 구동 전환을 정밀하게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파워트레인 진동을 센서로 포착해 증폭하는 방식의 전용 사운드 시스템은 디지털 인공음이 아닌 전기 파워트레인의 실제 기계음을 활용해, 페라리 특유의 감성적 주행 경험을 EV 시대에도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제네시스 마그마, 한국 럭셔리의 고성능 철학을 재정의하다= 제네시스는 고성능 라인업 프로젝트 ‘마그마’를 통해, 단순한 출력 경쟁을 넘어 주행 감성과 밸런스 중심의 퍼포먼스 철학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특히 EV 특유의 높은 중량과 관성이라는 조건을 고려해, 제네시스는 마그마 개발 과정에서 서스펜션 튜닝, 차체 강성 보강, 공력 성능 개선 등을 핵심 영역으로 삼고 있다. 

마그마 라인업은 전·후륜 모터 제어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응답성 개선, 주행 중 하중 변화를 고려한 섀시 설정 최적화, 더 정교한 핸들링 감각 조율 등 제네시스가 강조하는 주행 품질을 전동화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다. 

제네시스는 “마그마는 단순히 더 빠른 차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우아한 주행 감성을 고성능의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마그마는 전기차 시대의 퍼포먼스 기준을 출력 수치가 아닌 주행 리듬, 제어 감각, 브랜드 고유의 감성으로 옮겨가는 한국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상징한다.


폴스타 5/6, 전기 시대 ‘차체 일체감’을 극대화한 북유럽식 해석= 폴스타는 800V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전기차 플랫폼을 폴스타 5와 6에 적용하며, 고관성 EV가 직면하는 무게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폴스타 5의 유니보디 섀시는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으로 생산되고, 기존의 용접 방식 대신 열 경화 접착 기술을 적용해 중량을 감소하고 비틀림 강성은 높였다. 새로운 멀티링크 서스펜션 구조 등을 통해 코너링 상황에서 차체의 변형을 최소화한다. 폴스타 6 로드스터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오픈-톱 EV임에도 공력 성능 최적화(액티브 에어로)와 차체 하부 강성 보강으로 고속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 두 모델이 지향하는 핵심은 ‘코너에서의 연속성’이며, 이는 로터스 에메야가 보여주는 퍼포먼스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폴스타는 단순히 빠른 EV가 아니라, ‘코너링 리듬’이 성능의 중심이 되는 시대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아우디 RS Q6 e-트론, RS다운 '제어의 기술'= 아우디 Q6 e-트론은 폭스바겐 그룹과 포르쉐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 기반의 첫 번째 양산 모델이다. 배터리를 탑재한 SUV가 가지는 무게 문제를 쿼트로 기반의 고정밀 토크 벡터링으로 해결한다. 

아우디는 SUV임에도 코너에서의 회전 응답성을 높이기 위해 전륜·후륜 부하 이동 제어, 차체 롤 억제 알고리즘, 열관리 강화 브레이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RS Q6 e-트론은 고출력 SUV 전기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코너 진입 시의 둔함’을 줄이고, RS 고성능 라인업 특유의 예측 가능한 리듬감 있는 핸들링을 EV에서도 유지한다. 이는 전기 SUV 시장이 향후 ‘출력보다 차체 제어 기술이 경쟁력’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세라티 폴고레, 감성과 퍼포먼스를 모두 품은 전기 GT= 마세라티의 첫 전기 GT, 그란투리스모 폴고레는 761마력(최대 1,200마력 오버부스트)의 초고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GT 본연의 목적에 맞춰 장거리 고속 안정성과 코너링 일관성에 집중했다. 92.5kWh T자형 배터리 구조는 좌우 무게 균형을 최적화하며, 이는 GT 주행의 리듬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또한 마세라티는 전기차에서도 ‘폴고레 사운드’라는 독자적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적용해, 감각적 드라이빙 경험을 유지했다. 이는 EV 시대에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본질은 출력이 아니라 감성·리듬·반응성”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재확인시킨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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