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롤스로이스모터카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2일 2025년 팬텀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단 25대만 제작되는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을 공개했다.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컬렉티브(Bespoke Collective)를 구성하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장인들이 1920년대부터 이어진 팬텀의 역사와 상징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팬텀의 유산 속에 담긴 정신과 정체성을 연구하고, 이를 77점의 수공예 스케치 모티프로 형상화해 컬렉션 전반에 반영했다.
실내에는 쿠튀리에가 디자인한 직물, 스케치 같은 자수, 레이저 에칭 가죽, 3D 마케트리와 금박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으며, 외관에는 팬텀 최초의 환희의 여신상을 재해석한 금제 조각상이 장식되어 팬텀 100년의 유산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팬텀의 과거를 기리고 현재를 정의하며, 다음 100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외관은 마치 흑백 영화 속 배우를 연상시키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자아낸다. 차체는 비스포크 투톤 페인트로 마감되었으며, 측면 라인은 1930년대 팬텀의 유려한 실루엣을 떠올리게 한다. 하부는 수퍼 샴페인 크리스털 오버 아틱 화이트, 상부는 수퍼 샴페인 크리스털 오버 블랙으로 마감돼 우아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이 도장 마감은 분쇄된 유리 입자를 클리어 코트에 포함해 독특한 금속광을 구현한 것으로, 롤스로이스 도장 전문가들은 기존의 투명 입자를 샴페인 색상의 입자로 바꾸고 그 양을 두 배로 늘려 한층 깊고 눈부신 광채를 완성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환희의 여신상은 팬텀에 장착된 최초의 원형 주조본을 참고해 만들어졌으며, 18캐럿 금으로 주조하고 24캐럿 금도금으로 변색 없이 마감했다. 환희의 여신상에는 런던 홀마킹 & 어세이 오피스에서 특별 개발된 팬텀 센테너리 인증 마크가 새겨졌으며, 받침대는 수작업으로 제작된 흰색 법랑(vitreous enamel)으로 마감되었으며, 그 위에는 컬렉션명을 새겨 넣었다.
차량의 전면, 후면, 그리고 양측에 위치한 ‘RR’ 배지는 롤스로이스 역사상 처음으로 24캐럿 금과 백색 법랑으로 제작되었다. 외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독창적인 디자인의 디스크 휠이다. 각 휠에는 25개의 선이 새겨져 컬렉션의 25대 차량을 상징하며, 네 개의 휠에 새겨진 총 100개의 선은 팬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실내 곳곳에는 팬텀 100년의 유산을 담은 섬세한 디테일이 적용됐다. 직물과 가죽을 조합한 인테리어는 초기 팬텀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당시 운전석에는 내구성이 뛰어난 가죽을, 뒷좌석에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직물을 사용했다. 이 같은 대비는 팬텀이 운전석의 권위와 뒷좌석의 평온함을 조화시켜온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뒷좌석은 1926년 제작된 명차 ‘팬텀 오브 러브(Phantom of Love)’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차량은 그림을 직접 직조하는 수공예 벽직물인 오뷔송(Aubusson) 태피스트리로 장식된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컬렉션은 그 전통을 계승해 세 겹의 스토리텔링으로 좌석을 구성했다.
첫 번째 층은 배경으로, 팬텀이 자리했던 역사적 장소를 고해상도 프린트로 담아낸다. 브랜드 초창기 런던의 콘듀잇 스트리트(Conduit Street)에 위치했던 롤스로이스 본사에서부터 헨리 로이스가 남긴 남프랑스 풍경화까지 팬텀의 여정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두 번째 층은 세밀한 드로잉으로 과거의 팬텀들을 묘사하고, 세 번째이자 가장 상단의 층은 세대별 팬텀을 대표하는 7명의 오너를 추상적인 자수(embroidery)로 표현했다.
이 복합 직물은 롤스로이스모터카가 한 패션 아틀리에와 12개월간 공동 개발한 것으로, 롤스로이스가 고수하는 내구성, 촉감, 심미성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이번 컬렉션만을 위한 전용 잉크와 인쇄 기법이 새롭게 개발됐다.
고해상도 프린트 원단은 ‘실로 그린 스케치(Sketching with thread)’ 기법으로 마감됐으며, 전체 스티치만 약 16만 개에 달한다. 장인들은 골든 샌즈(Golden Sands) 색상의 실로 불규칙한 스케치형 스티치를 더해 윤곽을 살리고, 씨쉘(Seashell) 색상의 실을 고밀도 자수로 겹겹이 더해 풍부한 질감과 깊이를 완성했다.

완성된 작품은 총 45개의 패널로 구성되며, 각 패널은 정밀 재단과 인쇄, 자수 장식 과정을 거쳐 시트 곡면에 정확히 맞춰 장착된다. 이 과정은 런던 새빌 로(Savile Row)의 맞춤복 제작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이를 통해 팬텀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예술적인 시트 디자인이 탄생했다.
앞좌석 가죽에는 비스포크 디자이너가 손으로 그린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레이저 에칭 아트워크가 새겨져 있으며, 그 속에는 팬텀 100년의 유산을 상징하는 디테일들이 숨겨져 있다.
2003년 롤스로이스 브랜드 재 런칭 당시 사용된 코드명 ‘로저 래빗’을 상징하는 토끼 모티프부터 1923년형 팬텀 I 프로토타입의 코드명 ‘시걸’의 갈매기를 형상화한 모티프까지, 팬텀의 역사와 상징이 세련된 예술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차량 전면부 페시아에는 ‘앤솔로지 갤러리(Anthology Gallery)’가 자리한다. 이 조형물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50개의 수직 알루미늄 핀(fin)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책의 페이지가 서로 얽혀 있는 듯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다.

각 핀의 양면에는 양면에서 읽을 수 있도록 조각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문장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언론이 팬텀에 보낸 찬사를 엄선한 것이다. 각 핀의 브러시 처리된 모서리는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달라지며, 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에는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정교한 목공예가 적용됐다. 1년에 걸쳐 개발된 이 작품은 염색된 블랙우드로 제작되었으며, 도어 패널 전체에 팬텀의 상징적 여정과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아냈다.
뒷좌석 도어에는 헨리 로이스 경이 겨울을 보낸 프랑스 남부의 해안 마을 르 라욜-카나델 쉬르 메르(Le Rayol-Canadel-sur-Mer)의 해안선이, 조수석 도어에는 그의 여름 별장이 있는 웨스트 위터링(West Wittering)의 풍경이, 운전석 도어에는 굿우드 시대 첫 번째 팬텀이 호주 대륙을 횡단한 4,500마일 여정이 형상화되어 있다.
각 도어 패널에는 3D 마케트리, 레이저 에칭, 3D 잉크 레이어링, 그리고 금박 처리가 결합되어 입체적인 질감을 구현했다. 지도, 풍경, 식물 등 세부 모티프는 세 가지 깊이로 레이저 에칭되었으며, 도로를 상징하는 두께 0.1마이크로미터의 24캐럿 금박 선은 장인의 손으로 정교하게 배치됐다.


뒷좌석 도어에는 프랑스 남부의 소나무, 사이프러스, 양치류, 야자수 등이 묘사되어 있으며, 헨리 로이스 경이 이 지역을 묘사해 그린 유화도 목재 위에 재현되어 있다. 그의 거주지인 빌라 미모사(Villa Mimosa)와 엘름스테드(Elmstead)는 지름 2.76mm의 금박 점으로 표시됐다.
목재는 자수 처리된 가죽 패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도어 위에 24캐럿 금박으로 표현된 ‘도로’는 금실 자수로 연결된다. 여기에 지도와 풍경의 디테일은 검은 실로 수놓아져 베니어의 섬세한 표현과 조화를 이룬다.
뒷좌석 피크닉 테이블에는 1925년 팬텀 I과 현재의 팬텀 VIII이 각각 새겨져 있으며, 반대면의 가죽에는 동일한 디자인이 자수로 표현돼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피아노 블랙 베니어에는 미세한 금가루가 섞여 있고, 센터 페시아의 조작 다이얼 역시 24캐럿 금도금으로 마감되어 디자인의 통일감을 완성한다. 끝으로, 팬텀의 상징인 6.75리터 V12 엔진은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커버로 덮여 있다. 아틱 화이트 색상 커버에는 24캐럿 금 장식이 더해져 팬텀의 전설과 영원한 위상을 상징한다.

천장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는 팬텀의 역사적인 순간들이 44만 개의 스티치로 구현되어 있다. 이 디자인은 헨리 로이스가 웨스트 위터링 자택의 정원에서 찰스 L. 제너(Charles L. Jenner), 그리고 실험 부서를 주도했던 수석 테스트 드라이버 어니스트 하이브스(Ernest Hives)와 함께 뽕나무 아래 앉아 있던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자수는 굿우드 본사 안뜰의 사각 수관을 이룬 나무들로 이어지며, 롤스로이스 양봉장의 25만 마리 꿀벌을 상징하는 벌들이 팬텀 로즈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수놓아져 있다. 팬텀 로즈는 롤스로이스 본사 부지에서만 재배되는 특별한 장미로 브랜드의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별자리 속에는 팬텀의 위대한 유산을 기리는 오마주도 숨겨져 있다. 그 중에는 ‘블루버드(Bluebird)’로 알려진 말콤 캠벨 경의 팬텀 II를 상징하는 새의 문양과, 뽕나무 잎 사이 1990년대 초 굿우드 시대 첫 팬텀을 설계하던 비밀 디자인 스튜디오 ‘더 뱅크(The Bank)’의 금고 잠금장치를 암시하는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다.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을 완성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장인들에게 이 차량은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사명이었다. 그들이 이뤄낸 결과물은 팬텀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정신, 즉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롤스로이스의 끊임없는 열정과 탁월함에 대한 집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크리스 브라운리지 롤스로이스모터카 CEO는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팬텀의 100주년을 기리는 헌정 작품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팬텀 VIII을 캔버스 삼아 팬텀의 여정과 그 전설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4만 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완성된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기술과 예술성의 결정체로, 팬텀을 다시금 야망과 예술적 가능성, 그리고 무게감 있는 역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시킨다”고 밝혔다.
필 파브르 드 라 그랑주 롤스로이스모터카 비스포크 총괄은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야심찬 프로젝트”라며 “이번 컬렉션은 팬텀의 100년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안에는 고객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상징적 디테일이 곳곳에 녹아 있다”고 전했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