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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모터카, 팬텀 탄생 100주년 기념 예술과 함께한 여정 조명

팬텀과 예술가들의 특별한 만남, 그리고 팬텀 그 자체가 예술이 되기까지

모든 팬텀에 깃든 예술: 찰스 사이크스가 디자인한 '환희의 여신상'


[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롤스로이스모터카가 지난 6일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 ‘팬텀(Phantom)’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팬텀과 예술계가 함께해온 여정을 조명했다. 

롤스로이스는 초창기부터 현대 예술계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크리스티앙 ‘베베’ 베라르, 세실 비턴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롤스로이스를 타고 여행했다. 

영국 왕립예술원 최초의 여성 정회원인 로라 나이트는 롤스로이스를 이동식 아틀리에로 삼아 경마장 등 야외에서도 차량 안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재클린 드 로스차일드, 페기 구겐하임, 넬슨 록펠러 등 세계적인 예술품 수집가들 역시 롤스로이스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 중에서도 팬텀은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모델로서 예술계와 가장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8세대, 100년에 걸쳐 팬텀은 현대사에서 가장 저명한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갔다. 팬텀은 런던 사치 갤러리, 뉴욕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부터 수많은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전시되기도 했다. 

팬텀과 예술계의 지속적인 인연은 롤스로이스가 추구해온 창의적 교류의 전통을 보여준다. 수십 년에 걸쳐 팬텀은 숱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예기치 못한 만남과 잊을 수 없는 창조의 순간들을 이끌어냈다. 

크리스 브라운리지 롤스로이스모터카 CEO는 “지난 100년 동안 롤스로이스 팬텀은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과 같은 길을 걸어왔으며, 자기 표현의 상징으로서 수많은 역사적 순간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팬텀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이 특별한 자동차가 남긴 유산과 그 여정을 함께 만들어온 예술가들을 되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살바도르 달리, 콜리플라워, 그리고 '얼어붙은 유령(Phantom)'=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악몽 같은 풍경, 기괴한 동물, 도발적으로 표현된 음식, 녹아내리는 시계 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만의 과장되고 기이한 세계관을 보다 넓은 대중에게도 보여주고자 했다. 

1955년 겨울, 그는 파리 소르본 대학교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그는 이를 현대미술의 한 장면으로 만들 특별한 기회로 여기고 친구의 검정색과 노란색 팬텀을 빌려 차 안을 500kg의 콜리플라워로 가득 채웠다. 팬텀을 몰고 파리 시내를 누비던 달리는 소르본 대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차량의 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12월의 거리 위로 콜리플라워를 쏟아냈다. 

2천여명의 청중 가운데 '편집증적 비판 방법의 현상학적 측면'이라는 주제로 펼친 그의 강연 내용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강연에 앞선 그의 등장은 전설로 남았다. 

롤스로이스는 이 과감하고 초현실적인 퍼포먼스를 기념하며 ‘콜리플라워 팬텀’의 순간에서 영감을 받은 오리지널 작품을 현대 예술가에게 의뢰했다.
 
이후 달리는 또 한 번 팬텀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1975년, 그는 로트레아몽의 문학 작품 ‘말도로르의 노래’의 삽화 중 하나로 ‘말도로르: 롤스로이스와 함께한 얼어붙은 풍경’이라는 에칭 판화를 선보였다. 

이 작품에서 팬텀은 황량하고 얼어붙은 풍경 속에 고립된 채, 절망에 잠겨 얼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아함과 섬뜩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이미지는 화려함과 기이함을 절묘하게 병치하는 달리 특유의 감각을 잘 보여준다. 이 판화는 1970년대에 피에르 아르질레에 의해 한정판으로 출판되었으며, 달리의 대표적인 그래픽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앤디 워홀과 '15분을 넘어선' 명성= 살바도르 달리는 매년 가을과 겨울을 뉴욕 맨해튼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보냈다. 그리고 1965년, 바로 그곳에서 당시 젊은 시각예술가였던 앤디 워홀을 처음 만났다. 이 역사적 순간은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맥케이브에 의해 기록됐으며, 그는 “달리는 그 만남 자체를 하나의 연극처럼 연출했고, 그 때 워홀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앤디 워홀은 이후 살바도르 달리의 뒤를 잇는 예술가로 평가받으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하나가 되었다. 달리와는 다르게 워홀은 실제로 1937년형 팬텀을 소유했는데 이는 1947년경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로 개조된 모델이었다. 1972년, 워홀은 취리히의 한 골동품 상점을 지나던 중 이 팬텀을 우연히 발견하고 즉시 구입해 뉴욕으로 보냈다. 그는 1978년까지 이 팬텀을 소유하다가 친구이자 매니저였던 프레드 휴즈에게 판매했다. 

팝아트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을 기념해, 롤스로이스는 한 현대 예술가에게 1970년대 뉴욕의 전설적인 클럽 ‘스튜디오 54’를 통해 대중문화 속으로 확산된 이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재해석해 팬텀에 담는 작업을 의뢰했다. 

모든 팬텀을 위한 예술: 찰스 사이크스와 '환희의 여신상'=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협업했다. 그 중심에는 롤스로이스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이 있다. 1911년부터 모든 롤스로이스 차량의 보닛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스코트가 자리해왔다. 

이를 창조한 인물은 재능 있는 예술가였던 찰스 로빈슨 사이크스다. 사이크스는 런던 왕립예술학교 장학생 출신으로, 1902년 존 더글라스 스콧 몬태규 남작에게 발탁되어 그가 발행하던 잡지 ‘The Car Illustrated’의 삽화를 담당하게 됐다. 이후 몬태규 경은 사이크스에게 자신의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를 주제로 한 회화를 의뢰했고, 이 작품은 당시 롤스로이스의 초대 상업 총괄 이사였던 클로드 존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존슨은 사이크스에게 오페라 극장, 골프장, 연어 낚시터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이 등장하는 장면을 담은 여섯 점의 작품을 의뢰했으며, 이들은 1910-1911년 롤스로이스 카탈로그에 수록되었다. 

이후 존슨은 롤스로이스를 대표할 공식 마스코트의 필요성을 느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고대 그리스 조각상 ‘사모트라케의 니케’에서 영감을 받아 사이크스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사이크스는 조각상의 위엄을 살리면서도, 롤스로이스를 타고 이동할 때 느껴지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감성을 담은 여신상을 완성했다. 실제로 그의 딸 조(Jo)는 “아버지는 차량의 부드럽고 빠른 주행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요정 같은 존재도 보닛 위에 올라타 균형을 잃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고 회상했다. 

새롭게 완성된 마스코트에 크게 만족한 존슨은 1911년 사이크스를 롤스로이스 마스코트 독점 공급자로 임명했다. 이후 사이크스는 제작팀을 지휘했으며, 1928년에는 그의 딸 조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롤스로이스가 1948년부터 마스코트 제작을 사내에서 직접 담당하기 전까지 팬텀 소유주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이크스 오리지널’을 소유한 셈이었다. 

사이크스는 롤스로이스와의 작업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독립적인 예술가로서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의 작품은 런던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등 주요 예술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팬텀: 캔버스이자 창조의 촉매= 이제 팬텀이 두 번째 세기에 접어들면서, 팬텀이 남긴 예술적 유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창작자와 수집가들에게 팬텀은 여전히 예술의 캔버스이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다. 선구적인 이들에게 팬텀은 개인적이고 내밀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표현의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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