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한국지엠이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노조의 합법적 파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추진하는 연구개발(R&D) 법인 분리가 구조조정 수순이라고 반발하며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 찬성안을 통과시킨 뒤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제기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노사가 단체교섭을 진행하라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일단 R&D 법인 분리 반대를 위한 대내외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파업이 무산되면서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반면 한국지엠의 R&D 법인 분리 작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회사측은 오는 12월3일까지 R&D 법인을 신설하고 등기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후속절차를 완료하고 신차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한국지엠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 부서를 묶어 생산공장과 별도의 R&D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달 들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이날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인분리(신설법인 설립)가 한국시장 철수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대 주주 KDB산업은행은 법인분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법인분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대응했다.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국감에 출석한 자리에서 "법인분리가 한국시장 철수와 아무 연관이 없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회사의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10년 고용 약속 부분과 관련해 최 부사장은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고 회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적자가 나도 남을 것이냐"는 질의에는 "현재로선 경영정상화 실천이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최 부사장은 "법인분리 후 산은이 투자하는 4000억원은 제조·생산법인에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산은의 비토권과 주주감사권은 신설법인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논란이 됐던 주주총회 강행에 대해 최 부사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공방을 벌였다. 최 부사장은 "신설 법인 설립은 산은의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한다"며 "인천지법의 주총개회금지 가처분 신청기각에서 보듯이 법인 분리 자체가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주총 소집과 진행절차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신설법인 설립 발표 이후 4번에 걸친 이사회를 통해 산은에 관련 정보를 모두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라며 "이사회 내부에서도 구체적 내용 제시 후 이사회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강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총장소 변경 관련)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으로부터 주총 시간을 알려주겠다는 메일 이후 추가적인 접촉 없이 일방적으로 주총을 강행했다"며 "구체적인 장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산은은 아직도 법인분리에 대한 비토권 여부는 다툼 여지가 있다고 보고, 권한소송에서 다뤄보려고 한다"며 "법인분리가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법인분리 자체에 대한 (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비토권 때문에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지엠은 10년간 철수를 못한다"며 "현재로서는 10년 뒤 먹튀 걱정이 아니라 (산은과 GM이) 협조해서 한국지엠을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